화가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누구의 지도 아래 공부를 했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런 스승의 이름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화가 중 한 명이 알렉상드로 카바넬 (Alexandre Cabanel / 1823~1889) 입니다.
알렉상드르 카바넬
Cabanel, Alexandre (1823-1889)
French Academic Classical painter Birth 28 September 1823, Montpellier
Died 23 January 1889, Paris
몽펠리에 출생. 미술학교에서 F.피코에게 사사하였다. 1845년 로마상을 받고 5년간 이탈리아에 유학하였으며 귀국 후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A.다비드와 J.A.앵그르의 고전주의적 작풍으로 역사화 ·풍속화 ·초상화로 명성을 떨쳐 제2제정시대 화단의 총아가 되고 관료화가로서 오랫동안 아카데미 원장의 영예를 누렸다. 대표작으로 《비너스의 탄생》(1863, 루브르미술관 소장), 빈만국박람회 출품작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와 파울로 마라테스타의 죽음》 등이 있다.
윌리엄 부궤로와 더불어 살롱의 한 복판에 서 있었던 알렉상드르 카바넬.
그들은 필연적으로 마네와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항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그림들은
신화를 빌미 삼은 이상적인 누드로 상업화에 찌든 살롱 미술의 한계를 보여준다.
비너스의 탄생 / The Birth of Venus
1863, Oil on canvas, 130 x 225 cm
Musee d’Orsay, Paris, France
오늘날 에로티시즘적인 관점에서 관음증의 충족이란 측면에서 카바넬의 이 작품만큼 자주 언급되는 작품도 드물다. 역시 들여다보면 볼수록 훔쳐보기란 측면에서 이 "비너스의 탄생"은 탁월하다. 그녀는 마치 깊은 잠에서 이제 막 설핏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 것 같은 눈매이다. 그는 이 귀찮은 남정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심산이다. 훔쳐보기라고는 하지만 들키는 것이 더욱 재미있다는 걸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들키는 것을 허용해주는 그녀에게서 묘한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로마신화에서 미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비너스(엄밀하게는 '베누스')는 동일한 신으로 간주되지만 본래 로마신화 속의 비너스는 채소밭의 여신이었지만 속성상 거의 동일시 되어 훗날엔 "아프로디테 = 비너스"로 간주되었다. 물거품 속에서 태어난 것이라는 비너스의 탄생에 얽힌 일화는 잘 알려져 있지만 작가 호메로스와 역사가 헤시오도스가 전하는 비너스의 탄생 설화는 각기 다르다. 우선 호메로스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하늘의 주신(主神)인 제우스와 바다의 정령(精靈) 디오네 사이에 태어난 딸로 되어 있지만,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제우스 이전의 주신이었던 크로노스가 어머니 가이아의 음부에 숨어있다가 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性器)를 낫으로 잘라 바다에 버리고 성기 주변에 일어난 하얀 거품(아프로스) 속에서 아름다운 처녀가 생겨났다고 전한다.
후세 사람들은 이야기꾼 호메로스의 이야기보다 헤시오도스의 이야기가 좀더 극적이라 여긴 탓인지, 아니면 미의 탄생과 본질(아름다움의 치명적인 속성이랄까? 거세의 공포와 맞물린)이란 측면에서 헤시오도스의 이야기가 더 그럴듯하다고 여긴 탓인지 헤시오도스의 이야기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치명적인 유혹이 되거든요. 더구나 출렁거리는 바다 위 여인의 모습이고 보니 남자들의 호흡을 더욱 가쁘게 했겠지요. 감은 것처럼 보이는 눈은 사실 살짝 떠 있습니다. 잠이 들었거나 혹은 막 잠이 깬 누드인 상태의 여인 모습은 남자들에게는 그런 유혹 덩어리인 여인의 몸 아래 거품을 달랑 그려 넣어서 비너스로 만든 카바넬의 재주가 비상합니다. 이 작품은 1875년에 보다 작은 크기로 다시 한 번 그려져 지금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페드르 / Phedre
1880, Oil on canvas Musee Fabre, Montpellier, Languedoc, France
라신(Jean Racine)이 1677년에 쓴 비극 페드르(Phedre)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폴리트는 이미 아리시라는 처녀와 연인 사이였다. 한편, 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지옥까지 갔다가 간신히 혼자 살아 돌아온 아테네 왕 테제의 왕비 페드르는 남편이 저승으로 내려가자 의붓아들 이폴리트에 대한 짝사랑을 노골적으로 불태운다.
테제는 아들이 왕비를 범하려고 한 것으로 오인하고는 이폴리트에 대한 천벌을 신에게 기원한다.
마침내 이폴리트는 바다의 신이 보낸 괴수에 대항하다가 사라져 버리고,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뒤늦게 나타난 페드르는 그의 죽음을 자책하던 끝에 자결하고, 아내로부터 진실을 알게 된 테제 역시 바다에 투신하려 하나 네프튄에 의해 저지된다.
The Death of Francesca da Rimini and Paolo Malatesta
1870, Oil on canvas
Musee d’Orsay, Paris, France
13세기에 살았던 프란체스카 다 폴렌타는 실존인물이다. 그녀의 부친인 라벤나의 귀도는 리미니의 말라테스타 가문과 견원지간이었다. 어렵게 화해하면서 딸을 원수 집안의 장남 조반니와 결혼시키려 하지만 절름발이인 점이 맘에 걸려 잘 생긴 그의 동생 파올로를 남편감으로 속인다. 리미니로 시집 온 다음에야 남편이 바뀐 것을 안 프란체스카는 고통 속에 시동생과 은밀한 사랑을 나누다가 막내 동생의 밀고로 발각되어 두 사람 모두 복수의 칼 아래 쓰러지고 만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인 사랑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등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비견될 만큼 유명해졌고 여러 문학, 미술, 음악의 소재로 이용되었다.
오필리아 / Ophelia
1883, Oil on canvas, 77 x 117.5 cm
Private collection
하모니 / Harmony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창 가에 앉아 팔짱을 키고 있는 남자의 눈빛은 좀 한심하다는 듯한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소파에 앉은 할머니의 표정도 그저 그렇습니다. 오른쪽 소파에 앉은 여인의 눈빛은 너무 노골적입니다. 우울한 주변 인물들의 표정을 보니 건반 앞에 앉은 여인의 연주 솜씨가 짐작이 됩니다. ‘조화’는 가장 높고 힘이 있고 부유한 사람이 가장 낮고, 약하고 가난한 사람과 눈의 높이를 맞출 때 가능한 것이죠. 건반 앞의 여인을 보다가 문득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오늘날의 ‘힘 센’ 사람들이 떠 올랐습니다.
추방된 이브 / Eve After the Fall
Oil on canvas, 74.9 x 95.9 cm
Private collection
The Expulsion of Adam and Eve from the Garden of Paradise
Oil on canvas, 121.9 x 94 cm
Private collection
사티로스와 요정 / Nymph and Satyr.
1860,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삼손과 데릴라 / Samson and Delilah / 1878 / 64.8cm x 92.7cm
데릴라 무릎에 고개를 묻고 삼손이 잠이 들자 그녀의 한 손이 슬며시 들렸습니다. 그림 속에는 보이지 않지만 손이 가고 있는 곳에는 가위가 있겠지요. 삼손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순간 데릴라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누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동시에 서린 눈입니다. 그 이후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것이지만, 사랑은 늘 이렇게 갈림길에서 눈빛을 흔들리게 합니다. 지원 결정이 난 그 다음 해 10월, 카바넬은 열 일곱의 나이로 파리에 있는 에콜 드 보자르에 입학합니다. 프랑스와 피코의 제자가 된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파리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합니다. 그리고 2년 뒤 로마 대상 경선에서 2등을 차지합니다. 로마 대상에서 1등을 차지하면 로마 유학의 특전이 부여 되었는데 2등인 카바넬도 로마 유학을 가게 됩니다. 이유는 바로 전 해에 1등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이래 저래 카바넬에게는 행운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Cincinnatus Receiving Deputies of the Senate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Cleopatra Testing Poisons on Condemned Prisoners
1887,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이미 목숨이 끊어진 사형수가 실려 나가는 중인데, 독약을 마신 또 다른 사형수가 고통으로 배를 움켜 잡고 쓰러졌습니다. 이 것을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는 여인이 클레오파트라인 모양입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카바넬의 상상인지 알 수 없지만 작품 속에는 두 가지 느낌이 있습니다. 하나는 클레오파트라는 여인에 대한 정보입니다. 보기에 따라 클레오파트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차가운 여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집트라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처신을 해야 했던 여왕입니다. 두 번째 정보는 당시 유럽에 유행했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화가의 눈입니다. 유럽이 최고인줄 알았던 그들에게 처음 접하는 동방 (사실 이 말도 틀리는 표현이지요)의 문화는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작품들에 묘사된 장면은 미개하고, 야하고 잔인한 모습이 됩니다.
Fallen Angel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Portrait of Countess E. A. Vorontsova-Dashkova
1873,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Portrait of John William Mackay (1831-1902)
1878, Oil on canvas, 129.5 x 85.1 cm
Private collection
Portrait Of Young Lady
Oil on canvas, 127 x 78 cm
Formerly in the Collection of Fred and Sherry Ross,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