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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프로젝트/도전 30편 시모음

[09] 쉽게 씌여진 시 -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빌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詩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라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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