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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아이디어 만땅

흉봤는데 팀장이 팔로잉?...‘트윗’ 지우는 직장인들


2010-11-09 17:38

헤럴드경제-커리어 ‘직장인 트위터’ 공동조사 

회사서 상사와 불화땐 푸념의 장소였는데…
상사들 소통위해 맞팔 “
이젠 아부성 글 써야할 판”

‘편한 소통’이 되레 
발목우려
일부선 직장용 별도 계정도


이벤트 회사에서 근무하는 권모(30ㆍ여) 씨. 권 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짬이 날 때마다 트위터를 한다. 회사에서 상사와 불화가 있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트위터에 푸념을 늘어놓는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트친(트위터 친구)’의 격려는 마음의 큰 위로가 된다.

그러나 권 씨는 최근 회사와 관련된 트윗을 모두 지웠다. 상사가 “직원들과 좀더 친해져야겠다”며 부하 직원의 트위터를 ‘팔로잉(following)’한 것이 이유다. 

권 씨는 “이제는 트위터에 마음 놓고 글을 쓰기도 어려워졌다. 상사에게 잘보이기 위해 트위터에 아부성 글이라도 써야 하는 건지…”라며 아쉬워했다. 좀더 편하고 자유로워진 소통체계, 트위터의 패러독스다.

국내 트위터 가입자 수가 190만명을 돌파하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점차 대중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 간 소통을 활발히 하기 위해 직원의 트위터 사용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자신의 트위터가 직장 상사에게 알려지면서 마음 놓고 회사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을 공간도 침해받게 돼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외치던 ‘대나무숲’이 사라진 셈이다. 

헤럴드경제와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가 지난 6~8일 직장인 658명을 대상으로 공동조사한 결과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 254명 가운데 65%(165명)는 ‘회사생활 등의 일상기록’을 주로 트위터에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위터 주소를 자신의 상사나 회사 관계자에게 알릴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69.8%(459명)가 ‘알게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발적으로 알리지는 않겠다’고 답했으며, ‘전혀 알릴 생각이 없으며, 트위터를 한다는 것을 숨기겠다’고 답한 직장인도 20.7%(13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상사가 자신을 ‘팔로잉’하고 트위터 내용을 보는 것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76.9%(506명)가 부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회사 공개용’ 트위터 계정을 따로 개설하는 직장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홍보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신모(36) 씨는 “최근 회사에서 직원의 트위터 주소를 공유하자고 하더라. 개인적인 이야기가 노출되는 것이 싫어 회사에 제출하기 위한 트위터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 내에서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상하 관계없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높이 사는 사람도 있다.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진(26) 씨는 “트위터를 통해 상하에 상관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다. 업무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빠르게 교환할 수 있으며, 직장생활의 애로사항을 알 수 있는 통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트위터를 통한 사생활 노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본 게이오대학교 아키코 교수는 지난 4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린 ‘21세기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 변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미나에서 “트위터는 비의도적으로 정보가 새어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위터에 글이 올라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그 예다. SNS를 이용하다보면 프라이버시에 관한 정보가 어느 정도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01109000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