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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마케팅 아이디어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프리미엄 (LG경제연구원/2012.02.13)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프리미엄
이윤하 | 2012.02.13

시대가 디지털화 되어감에 따라서 아날로그에 대한 고객들의 향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아날로그 제품은 차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 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화에 성공하고 있다. 고객 가치 발굴 프로세스 안에서 최근 디지털의 트렌드 뿐 아니라 아날로그 시절의 감성을 결합해 본다면 고객들에게 더 의미있는 가치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디지털화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공짜로 전화를 할 수도 있고, 휴대폰으로 물건도 구입하고, 태블릿 PC로 직접 E-book을 만들어 쉽게 배포할 수도 있다. 이제는 굳이 디지털 시대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디지털은 지나가는 하나의 흐름을 넘어 이제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대가 디지털화 되어감에 따라서 아날로그에 대한 고객들의 향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여겨졌던 LP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서도 그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LP는 사용법이 불편해 최근 음반 발매 자체도 거의 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몇 년 전부터 LP판을 틀어주는 카페들이 인기를 끌며 성행하고 있다. 또한 가수 ‘브라운아이드소울’은 2010년 3집 앨범 발매 당시 ‘아날로그’를 컨셉으로 하여 일반적인 CD, MP3 외에 LP판을 한정으로 제작하여 판매했으며 그 당시 사람들은 한정판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클릭 한 번이면 간단하게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굳이 LP판을 사기 위해 줄까지 서서 기다렸던 것일까?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란 고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날로그, 그 의미의 변화

사전적으로 아날로그란 어떤 수치를 길이, 각도 등의 연속된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디지털’이 부각되면서 아날로그는 그에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데이터나 물리적인 양을 0과 1이라는 2진 부호의 숫자로 표현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많은 제품들이 디지털화 되면서, 정보의 전달이 편리해지는 동시에 신호 왜곡이 적어 깨끗하고 선명한 데이터의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첨단 기술’이라고 일컫는 것들을 적용했다고 하면 대부분이 디지털 기술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아날로그라고 하면 최신의 것들의 반대말 즉, ‘과거의 방식, 과거의 디자인’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아날로그의 프리미엄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최신의 것, 디지털화된 제품들을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과 제품 자체의 특성에 따라 디지털화에 대한 선호는 상이할 수 있다. 

주변에 있는 제품들을 이러한 특성에 따라 분류해보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넥타이, 지갑과 같이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들이다. 이들은 디지털화와 전혀 상관이 없는 제품들이다. 두 번째는 시계, 책 같이 휴대폰 등에 의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제품군이다. 이 제품들은 특성 자체가 상이하므로 아날로그화 역시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각기 다른 이러한 제품들은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며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의 프리미엄화를 이루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날로그 제품의 프리미엄화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들은 원래 디지털의 특성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아날로그화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손으로 만든, 과거 방식의’ 측면에서의 아날로그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핸드백을 예로 들 수 있다. 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핸드백 중 하나인 샤넬 2.55백은 6명의 장인들이 10시간 이상의 시간 동안 180개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 질 정도로 대표적인 Handmade 제품이다. 이러한 샤넬의 대표 제품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백은 2008년초 270만원 수준에서 2012년에는 6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인상되며 프리미엄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샤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는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샤넬 가방을 구입해 두면 향후 가격 상승 시 중고로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사람들의 명품 선호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남들과의 차별성’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명품 선호 현상 역시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들의 프리미엄화를 통한 성공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對 아날로그, 아날로그의 약진

두 번째로 과거에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군이었으나, 대체제로 인해 디지털화 되고 있는 제품군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시계, 책, 라디오 등이 있다.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PC는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과거의 아날로그 제품이 제공하던 기능들을 더욱 편리하게 제공하여 줌으로써 많은 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날로그로 구현된 환경 속에서 더 편안함과 아늑함, 프리미엄을 느끼며, 차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아날로그 제품들은 프리미엄화에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손목 시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손목 시계는 이전부터 Handmade 제품의 프리미엄화가 강하게 이루어진 제품이다. 같은 시계 모델 내에서도 배터리를 사용하는 쿼츠 (Quartz) 대비 태엽을 감아 사용하는, 더욱 불편하지만 더욱 아날로그적인 오토매틱 (Automatic) 모델이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기도 한다. 이렇게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디지털화의 홍수 속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1. 라디오를 통한 아날로그 감성의 재발견

본래 라디오는 방송국에서 발신하는 전파를 잡아 이것을 다시 음성으로 복원하여 우리가 들을 수 있었다.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잡고, 가끔 지지직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과 사연에 공감하며 웃고 울었던 기억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라디오 방송은 급격히 디지털화 되었다. 스마트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작동만 시키면 언제나 잡음 없이 또렷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은 과거처럼 전파를 잡아 음성으로 복원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아니라, 무선 인터넷 망을 통해 라디오 방송 데이터 자체를 전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가끔 인터넷의 끊김 현상에 의해 방송이 조금 불안정할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어떤 방송이 어떤 주파수에서 나오는 지 기억해 주파수를 잡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다. 라디오를 감상하는 행위 자체가 더욱 편리해 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리함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의 음원을 감상하는 것, 그리고 더 좋은 음질의 음원을 감상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티볼리 라디오’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티볼리 (Tivoli) 라디오는 오디오/스피커 계의 유명한 발명가인 헨리 크로스(Henry Kloss)가 만든 라디오이다. 티볼리 라디오는 디자인에서 부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물씬 풍기고 있다. 액정이라든가 디지털적인 요소는 전부 배제되어 있고 조작도 오직 다이얼을 통해 주파수, 전원, 볼륨 이 세 가지만 조정할 수 있다. 한 기기에 너무 다양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는 요즘 기기들과는 다르게 라디오라는 기능에만 충실 하다. 티볼리 라디오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핸드폰에 사용하도록 개발된 최첨단 부품인 갈륨비소화금속FET를 세계 최초로 FM튜너에 사용하는 등 기술 개발을 통해 최고 수준의 음질을 구현했다. 대표 모델인 Model One의 경우 20만원 이상의 고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 사진이 아닌 추억을 기록하라

시장에 첫 진입한 제품이 대 성공을 거두면서, 그 제품의 일반명사로 자리잡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폴라로이드’를 들 수 있다. 폴라로이드는 주로 즉석카메라를 지칭하는 말로, 1948년 최초로 즉석카메라를 출시한 폴라로이드社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즉석카메라를 지칭 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폴라로이드社는 1948년 즉석카메라의 최초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며 지속적으로 성장하였고, 1994년에는 매출이 23억 달러에 달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로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 되면서 즉석카메라의 인기가 주춤하게 되었고 회사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2005년에는 결국 미국 피터스 그룹 (Petters Group Worldwide)에 매각되었다. 그리고 2006년에는 결국 즉석카메라 생산을 중단하였고, 2008년에는 필름 생산도 중단하였다. 

이렇게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밀려나는 것 같았던 즉석카메라 시장이었지만, 국내에서는 달랐다. 한국후지필름이 출시 및 판매한 ‘인스탁스’ 덕분이었다. 1999년 최초 국내 출시 시점에는 디지털 카메라의 인기에 밀려 즉석카메라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당시 즉석카메라는 성능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전시·판매 되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한국후지필름은 즉석카메라가 추억을 기록하는, 이 세상의 단 한 장뿐인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기기로서의 가치를 포착했다. 따라서 주요 고객인 20~30대의 여성들에게 이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어필하며 서점으로 판로를 확대함으로써 큰 규모의 매출 성장을 이루었다. 

이렇게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를 생각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강조한 덕분에, 사장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국내 즉석카메라 시장에서 인스탁스는 2006년 이후 매년 20%가 넘는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3. 종이는 아직도 건재하다

E-book, 손글씨 메모가 가능한 태블릿 PC로 인해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종이로 된 책, 메모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분명히 메모, 책 등이 디지털화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상당히 많다. 교보문고 E-book 단말기 2GB에는 약 2만 4천권 정도의 컨텐츠가 저장될 수 있다고 하며 이는 저장공간의 획기적인 절감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종이 사용량 감소 및 환경 보전도 가능하다. 또한 검색 기능을 통해 내가 원하는 단어, 구절이 어느 책 몇 페이지에 있는지, 혹은 내가 언제, 어디서 메모해 놓은 내용인지 클릭 한 번으로 찾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손글씨 메모,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디지털 사회의 선구자라고 하는 빌 게이츠 역시 디지털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스크린을 읽는 것은 종이를 읽는 것보다 아직 불편한 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비싼 스크린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웹 라이프 스타일의 개척자라고 믿고 있는 나조차도, 읽을거리가 네다섯 쪽을 넘어가면, 인쇄해서 가지고 다니며 읽고 주석도 달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책장에 꽂혀 있는 여러 권의 책을 뒤적거리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치기도 하고 메모를 하기도 하며, 빈 공책에 끄적끄적 메모를 하는 것 자체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느껴 해당 행위 자체에 대해 애착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몰스킨은 이러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어 성공했다. 몰스킨은 요즘의 소비자들은 물건이 아닌 ‘경험’을 사고 있으며, 이는 물리적인 니즈를 해소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만질 수 없고, 감정적이고, 지위나 정체성에 연관된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검은 표지와 하얀 속지가 있는 기본적인 형태의 몰스킨 수첩을, 단순 수첩이 아닌 ‘글자가 쓰이지 않는 책(Unwritten Book)’으로 포지셔닝 하였다. 창조 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창조성을 적어내는, 쓰여지지 않은 책으로 포지셔닝 함으로써 이 제품을 사는 고객들에게 ‘창조적인, 남과 차별화 된’ 이라는 가치를 제공했다. 

이리하여 몰스킨은 일반적인 수첩 대비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후 연 3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프리미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프리미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화가 만연하는 이런 시대에서는 향후 좀 더 인간이 받아들이기 쉽고 편리한 아날로그적 요소들이 첨가될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즉, 디지털에 비해 아날로그는 마이너한 시장이지만, 메이저인 디지털 시장이 커짐에 따라 마이너인 아날로그 시장의 기회가 더불어 커지고, 그뿐 아니라 프리미엄도 가지기 때문에 충분히 주목할 만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고객 가치 발굴 프로세스 안에서 최근 디지털의 트렌드 뿐 아닌 아날로그 시절의 감성을 결합해 본다면 고객들에게 더 의미있는 가치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터치기술이나 Siri 등 음성인식 기술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디지털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완벽한 아날로그의 구현이다. 따라서 진정한 아날로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그리고 더욱 첨단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리포트출처: LG경제연구원 / www.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