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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아이디어 만땅

비밀기지



비밀기지 만들기

지은이 오가타 다카히로
그림 노리타케

(책 소개)

비밀기지 만들기를 통해 우리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누구나 어릴 때 ‘비밀기지’를 만들어 놀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네 으슥한 언덕 위에 움막 비슷한 것을 지어 놓고, 친구들과 야한 만화책을 보기도 했다. 눈이 많이 쌓인 날, 집 마당 한구석에 눈 집을 만들어 촛불을 켜놓고 라디오를 들으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웃고, 장난하고, 읽고, 음모를 꾸미고, 작은 비행을 저질렀다. 그곳은 우리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꿈이 숨겨져 있는 우리들만의 소우주였다.

도시화와 함께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이 등장하고, 입시교육이 기승을 부리면서 비밀기지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하다. 일본의 젊은 건축가이자 ‘일본기지학회’라는 단체의 설립자인 오가타 다카히로가 쓴 이 책은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비밀기지’의 낭만과 가치를 돌아보고, 어린이나 어른 누구라도 비밀기지를 만들어 볼 것을 권유하는 책이다. 저자가 보기에 비밀기지는 공간 만들기의 최초 경험일 뿐 아니라 비밀기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과정이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이 책 머리말에 잘 요약되어 있다. “비밀기지 만들기를 통해 우리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비밀기지 만들기>는 비밀기지 만들기의 ‘이론과 실제’를 알려준다. 비밀기지 형태를 구분하고, 각자의 조건에 맞는 비밀기지 만들기를 권유한다. 또 비밀기지에서 할 수 있는 여러 활동과 어른들이 만들 수 있는 비밀기지, 마지막으로 ‘비밀기지적’ 상상력을 토대로 펼치는 일련의 활동을 소개한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비밀기지적 상상력’이란 순둥이 모범생을 양산하는 시스템에서 나와 누가 뭐라 하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남들과 교감하려는 마음가짐이다.

학교 수업과 방과 후 자율학습, 선행 학습을 위한 학원 수업에 우리 아이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비밀기지 만들기’는 그 흔한 봉사 활동과 달리 생활기록부에 ‘의미 있게’ 기록되지도 않는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비밀기지’는 더욱 소중하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비밀기지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휴식, 피안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어쩌면 비밀기지가 유일할지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비밀기지를 필요로 한다”는 이 책의 한 대목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구본준(건축칼럼니스트)의 추천사

집이란 게 무엇인가. 내 한 몸 편히 누일 방 하나가 아닌가. 방이 모이면 집이 되는 것이니, 쉬는 방도 있고 노는 방도 있으면 그게 가장 좋은 집일 것이다. 아이들은 집 안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탐험가다. 집 안에선 식탁 아래라도 좋고, 커튼 뒤라도 좋다. 마당으로 나가면 나무 뒤 좁은 구석도, 집과 담 사이도 모두 아이들의 안식처가 된다. 어른들은 모르는 그 은신처 모두가 다 ‘비밀기지’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비밀기지란 말에는 어른들을 아이로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다. 우리는 모두 비밀기지를 갈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밀기지는 결국 집의 본질이다. 집이란 결국 우리의 놀이터가 되어주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일 터. 우리는 누구나 집 안에선 어린이가 되며, 아이처럼 놀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을 원하게 된다. 어른들에게도 비밀기지는 필요하다!

그러니 건축이란 각자의 비밀기지를 만드는 작업이다. 집 안이든 야외이든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와 교감하는 곳이 있다면 그게 집이자 비밀기지다. 진정한 건축은 집다운 집이자, 좋은 집은 그래서 우리에게 비밀기지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건축가 김중업은 이를 이렇게 말했다. 집이란 “어드메 한 구석 기둥을 부여잡고 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효율성’이란 단어로 경제적 가치만을 따지는 현대 건축은 이 같은 ‘비밀기지’라는 낭만과 본질성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집 안에서도 편하게 숨지 못한다. 뒷산이라도 가까우면 산속 비밀기지를 만들겠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그런 여유조차 좀처럼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는 숨어 있을 때 자신과 마주하며 쉴 수 있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존재인데 말이다.

내 어릴 적엔 집이란 곧 단독주택이었고, 놀이터였다. 놀이터는 동네 골목 전체와 뒷산 전체로 뻗어 있었다. 집 안에도, 마당에도, 뒷산에도, 동네 골목에도 나만의 비밀기지가 있었다. 친구와 처음으로 뒷산 숲 속 움푹 팬 곳을 우리의 비밀기지로 만들었을 때의 즐거움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한다. 과자 하나씩을 숨겨 놓으며 우리는 묘한 비밀을 공유했다. 마당에도 비밀기지는 있었다. 벽과 집 사이에 폐품을 쌓아 놓은 더럽고 축축한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비좁은 곳으로 파고들어 가느라 못에 발을 찔려 며칠을 고생했고, 옷을 더럽혀 어머니에게 혼이 났어도 좋았다. 비밀기지에선 혼자여도 즐거웠다. 벽장 안도 최고의 비밀기지였다. 부모님께 야단을 맞은 뒤 벽장 안에서 울면서 잠들었다가 눈을 떴을 때의 그 느낌이란. 날은 어둑해졌고, 주변은 고요했다. 울었던 기억은 사라졌고, 나는 비밀기지 속에서 치유 받을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들이 사는 세상은 달라 보였다. 도시를 뒤덮은 아파트 안에서 아이들의 비밀기지는 찾기 어려웠다. 아들에게도 물론 자기만의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기지다운 공간을 제대로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내 자신에게도 비밀기지는 필요했다. 벽으로 나뉘어 있어도 문만 열면 공간이 하나가 되어버리는 아파트에선 숨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비밀기지를 얻기 위해 단독주택을 짓게 됐다. 집 맨 위에 다락을 만들고 그곳을 내 비밀기지로 삼았다. 공식 이름은 ’서재’지만, 그건 위장일 뿐. 그곳에서 나는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고, 아이처럼 숨어 있는 묘미를 느낀다. 아들과 옆집 아이를 위해선(우리 집은 옆집과 마당을 공유한다) 원두막을 지어줬다. 아주 작은, 어린아이 셋이 올라가면 꽉 차는 작은 전망대를 마당에 마련했다. 아들은 중학생이 되어 새로운 비밀기지를 찾아 떠났고, 옆집 유치원생 딸이 그곳을 독차지했다. 옆집 딸은 원두막 전망 공간보다도 그 아래 공간에 숨어 나뭇조각을 가지고 논다. 얼마나 부러운지.

그러니 이 책 <비밀기지 만들기>의 추천사를 써달라는 부탁에 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은이 오가타 다카히로의 이력만 봐도 즐거웠다. 건축가이면서 일본기지학회를 설립한 인물이라니! 게다가 나하고는 동갑. ‘비밀기지’란 단어 하나로 마치 서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그가 만든 일본기지학회는 비밀기지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목적이란다. 책은 이 흥미로운 양반이 들려주는 내 어린 시절 이야기 같았다. 읽는 내내 ‘맞아, 맞아!’라며 혼자 맞장구를 쳤고, 그의 치열한 ‘덕후 정신’에 부러움이 가득해졌다.

오가타 다카히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위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은 실제 위험에 둔감하다. 비밀기지 만들기란 크고 작은 위험을 경험하는 일과 같다. 비밀기지 만들기 체험을 통해 우리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진정 공감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한 비밀기지를 필요로 한다. 비밀기지란 주위에서 ‘틈’을 찾아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 한자 ‘간’(間)은 정말 의미심장하다. 공간(空間), 시간(時間), 인간(人間)에는 모두 ‘사이 간(間)’ 자가 들어간다. 우리는 모두 틈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이 아닐까. 건축은 공간이며, 그 공간 안에서 인간이 보낸 시간으로 완성된다. 건축은 공간과 시간과 인간의 틈새 사이에 존재하며, 비밀기지는 우리가 직접 시도하는 최초의 건축이자 최소한의 건축이다. 비밀기지를 찾고 싶은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게 달라 보인다. 폐허도, 창고도, 흙구덩이도 모두 나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우리를 건축가로 만드는 그 마음은 결코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를 어린이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의 비밀기지를 다시 찾아가보고 싶어질 것이고, 누구나 꿈꾸는 ‘궁극의 비밀기지’인 ‘나무 위의 집’을 짓고 싶다는 오래된 욕망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책이다.





(차례)
제1부 장소찾기
나에게 딱 맞는 비밀기지는 어디인가?
▶방의 틈새 ▶건물의 틈새 ▶도시의 틈새 ▶자연의 틈새 ▶공터·폐허
칼럼: 플레이파크란 무엇인가?

제2부 비밀기지 만들기
1. 상상력을 부풀리자
2. 재료 찾기
3. 비밀기지의 실재
▶방의 틈새 ▶건물의 틈새 ▶도시의 틈새 ▶자연의 틈새 ▶공터·폐허
칼럼: 건축가가 비밀기지 설계도를 그린다면

제3부 비밀기지에서 활동하기
1. 비밀기지 안에서(만화·휴대용 게임기·과자·트럼프)
2. 그곳에 있는 소재로(구정물·진흙·모닥불)
3. 최대한 활동적으로(낚시·술래잡기·함정)
4. 위장(암호·감시창·벽·지붕)
5. 추억 남기기(타임캡슐·카메라·낙서장)

제4부 어른들이 만드는 비밀기지
1. 현대건축에서 보는 비밀기지적인 요소(글/ 이가라시 타로)
2. 폐허를 이용한 비밀기지(글/ 시타미치 모토유키)
3.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창조한다(글/ 사카구치 쿄헤이)
4. 비어 있는 곳에 산다(글/ 오가와 데쓰오)
칼럼: 비밀기지 워크숍을 기획하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오가타 다카히로 (지은이)
1969년 구마모토 현에서 태어났다. 1996년 마타기 게이스케와 함께 Design Unite MO.A를 설립했다. (2005년 MO.Architect 설계사무소로 개편) 1999년 일본기지학회를 설립해, 워크숍과 비밀기지에 관한 설문 조사 등의 활동을 했다. NPO법인 규슈커뮤니티연구소 부이사이며, 규슈산업대학 비상근강사이다. 

노리타케 (일러스트레이션)

서적, 광고,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국내외를 넘나들며 전시와 벽화제작을 한다. 저서로는 <IT IS IT> , <PASTURE> 등이 있다.

임윤정 (옮긴이)
출판 편집자, 번역가, 프리랜스 문화 기획자로 활동한다. <카페도쿄>, <카페 오사카 교토>, <미미동경> 등의 책을 썼다. 번역서로는 <아름다운 영국 시골길을 걷다>, <내 동생 푸딩>이 있다.

한누리 (옮긴이)
국민대학교에서 일본학을 공부했다. 현재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동화책 <불꽃놀이와 유리구슬>을 번역했다.

128*182mm
276페이지



감각있는 일러스트는 노리타케의 작품입니다.

http://noritake.org/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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