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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스트/미디어아티스트

Donald Marinelli





전쟁이나 환경적 재앙을 겪으면서 우리는 때때로 문명(혹은 과학)의 무용론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명에 선과 악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다. 그래서 문명의 진보와 더불어 문명에 대한 철학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날드 마리넬리 박사가 갖고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은 더욱 무게를 갖는다.



w.e.b. 먼저, ETC(The 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Donald 카네기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엔터터테인먼트 테크놀러지 센터(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 이하ETC)는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인터랙티브 디지털 미디어 등과 같은 분야에 초점을 둔 2년제 대학원입니다. ETC는 컴퓨터 공학 교수인 랜디 포시(Randy Pausch)와 함께 당시 드라마와 예술경영 교수였던 제가 1998년에 설립했습니다. 랜디 포시 교수는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라는 저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죠. 2006년 1월 랜디 포시의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스 소프트웨어(The Alice Software)로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저는 그와 함께 ETC의 공동책임자로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ETC의 총 제작자(Executive Producer)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런 직책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ETC가 전통적인 아카데믹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학제보다는 헐리우드 스튜디오와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ETC에는 우리가 모선(Mother Ship)이라고 부르는 곳인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와 캘리포니아 ETC-실리콘벨리, 그리고 일본 ETC-오사카와 같은 주요 지역에 포진해 있는 130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호주나 싱가포르, 한국, 멕스코 등과 같은 나라들과 교류를 하고 있고, 이중학위제도를 두고 있거나, 현재 구축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w.e.b. ETC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은 사회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Donald ETC를 졸업한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TC 졸업생들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비디오게임처럼 교육과 엔터테인먼트가 접목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인터랙티브 디지털 미디어 분야나, 콘솔게임, PC게임,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s) 회사 등과 같은 주요 비디오게임 회사 등에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또 다른 많은 학생들은 테마파크나 놀이동산, 특정한 테마지구, 인터랙티브 박물관, 그리고 과학시설 등 지역기반의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ETC에는 야심찬 애니메이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게임산업을 위해 컴퓨터공학 툴을 개발하는 많은 그룹도 있습니다.

w.e.b. 첨단 기술과 엔터테인먼트(혹은 예술분야)의 접목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시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상하게 됩니다. 두 분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Donald 저는 몇 년 전 카네기멜론 대학이 오른쪽 뇌와 왼쪽 뇌의 사고를 접목하는 다빈치 효과(Da Vinci Effect)의 본향이라고 홍보했던 사실에 대해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뇌와 좌뇌의 구분이 지난 수십 년간 상당히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는 점, 그리고 지금은 이러한 구분을 합쳐야 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ETC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통합적인 뇌를 만들기 위해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모두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ETC에서 우리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각기 다른 강점들이 가능한 한 서로 밀접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우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 학생들이 경험적으로 이중언어(Bi-lingual)를 갖게 하는 것입니다. 즉, 아무 무리 없이 학생들이 예술가나 과학기술자와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팀워크나 그룹워크만을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도 ETC 내에서 혼자 일하는 법이 없습니다. 모든 일이 팀의 자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죠.

한번은 어떤 원맨쇼에서 저에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해 오기도 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다빈치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가발을 쓸 필요가 없을뿐더러, 같은 이탈리아인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ETC에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일이 다빈치의 재능을 충실하게 발현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역할에 제가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ETC의 인재들은 다빈치의 재능을 체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w.e.b. 한국에서는 KAIST 문화예술대학원 원광연 교수가 CT(Culture Technology)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부터 이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제적인 미디어아트 행사를 통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ET, 즉 Entertainment Technology 분야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Donald 지금까지 ETC는 아홉 개의 회사를 신설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에듀테인먼트라는 새로운 분야와 관련된 회사입니다. 이곳의 졸업생들은 지능적이고 효과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일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계층의 산업체들이 찾는 인재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계 여러 곳으로부터 미래의 게임이나 에듀테인먼트, 팀 구축, 과학기술의 개발과 같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문의를 받기도 합니다. 바로 우리 학생들이 그러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ETC 졸업생들은 최근 기억에 남는 몇몇 대규모 게임에 관여해 오고 있고, 이들은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ILM이나 드림웍스(Dreamworks), 픽사(PIXAR), 디즈니(Disney), 일렉트로닉 아트(Electronic Arts), 액티비전(Activision) 등과 같은 회사입니다. ETC는 두 차례에 걸쳐 엔터테인먼트 컴퓨팅과 관련된 국제적인 컨퍼런스를 개최했었고, 로봇 명예의 전당(The Robot Hall of Fame)의 본고장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ETC출판과 ETC 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컨퍼런스와 행사의 주최로서도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w.e.b. 기술자(Technologists)와 예술가(Artist)가 협업을 통해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영역은 너무나도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ETC에서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상호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어떤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지, 서로가 통합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Donald 협업과 원활한 의사소통은 ETC가 가장 자랑할 만한 부분입니다. 모든 사람이 팀 속에서 활동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주요 특징은, 어떤 예술가가 과학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과 또한, 그 반대로 과학기술자가 예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예술가를 과학기술자로 만들거나 과학기술자를 예술가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서로가 필요한 존재인지를,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열었을 때 자신들이 하는 일이 더욱 개선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클라이언트와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또한 ETC의 강점입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예술가는 더더욱 적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근원적인 목적에 기초한 타협을 모색합니다. 그것은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사고는 문제를 해결하고 누군가의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계기가 되며, 일을 통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지식이기도 합니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면서 학생들은 누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어려움 속에 노출됩니다. 클라이언트들은 종종 계획을 좌절시키거나 어려움을 주지만, 그 속으로 기꺼이 나아가야 합니다. 누군가(혹은 어떤 회사)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이나 그들이 그렇게 갈구하는 지식은 엄청난 보상이 따르는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w.e.b. 한국 ETC(혹은CT)의 현황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한국이 현재 이 분야에서 어떤 수준인지, 또는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Donald 한국은 두 가지 강점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것은 잘 갖춰진 기술적 인프라와 젊은 인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영리한 사람들 중에서 한국 학생들을 발견합니다. 또한 ETC에서도 한국학생들은 큰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와 지적인 능력은 항상 저를 놀라게 합니다. 게다가 그들의 직업의식도 매우 인상 깊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국은 그동안 엔터테인먼트와 디지털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형식에 대해 세계에서 첫 번째 시험무대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을 막고 있는 것은 딱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여전히 구시대적인 교육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강점은 교육이나 사업에 있어 새로운 방식을 아무런 저항 없이 실험할 수 있는 고등교육에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분야에 있는 젊은이들이 제가 아는 것 이상의 것을 알게 한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들로부터 배우고자 노력합니다. 저는 그들의 교육이 곧 우리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서 그 속에 있습니다.

w.e.b. ET분야의 미래상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이 분야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예를 들어 ET의 발전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이라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ET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Donald 앞으로 일어나게 될 혁명은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네트워크, 텍스트, MMOGs 기타 등등과 같은 인터랙티브 디지털 미디어를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연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가 결국 수조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린 세대가 자라남에 따라 홈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일어날 것입니다. 3D TV는 시간문제입니다.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의 사용이 증폭될 것이고 지속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장벽은 파괴될 것입니다.


w.e.b. 교수님께서 ET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실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ET의 사회적 효과나 미래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Donald 저는 궁극적인 융합을 추구합니다. 말하자면, 일과 휴식, 놀이, 스포츠, 창조력, 영성, 교육, 즐거움의 융합을 통해 지구환경과 인류에게 봉사함으로써 더욱 풍요로워지는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인간의 거만함이나 오만함, 그리고 인간에 대한 탐구(Human Inquiry)를 통해 끊임없이 드러나는 상호연결성을 가로막고 있는 무지를 소멸시키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정말로 우리가 신의 모습대로 창조 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신은 전지전능합니다. 바로 지금이 우리의 믿음을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글 강창대 편집장 kangcd@we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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