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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스트/미디어아티스트

Uram Choe

http://www.uram.net/


키네틱 아티스트 최우람
1970년생. 중앙대학교 조소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1998년 개인전 ‘문명E숙주’전 개최. 2006년 포스코 스틸아트 공모전 대상 수상. 2006년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미술부문 수상. 2008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 초대. 2009년 김세중청년조각상 수상.

“현대미술의 최전선, 뉴욕에서 비우고 채우고 돌아오겠다.”

  젊은 작가 최우람이 최근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영국 리버풀비엔날레에 초대작가로 참여했고 최근 개관한 제주도립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걸렸으며, 지난달 말에는 김세중청년조각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최근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인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입주 작가로 선정돼 뉴욕으로 창작 무대를 옮겼다. 한국 무대가 좁다는 듯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최우람 작가를 뉴욕으로 출국하기 직전인 지난 7월3일, 서울 연희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최우람(39). 그는 키네틱 아티스트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움직이는 미술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모두 움직인다.
최근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에 설치된 작품을 보면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조각들이 빛을 내면서 움직인다. 기계생명체를 표현한 작품 ‘우르바너스’ 시리즈다.
지난 2008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은 ‘우나 루미노’.
두산갤러리뉴욕에서 7월9일 오픈한 3인전에서는 ‘우나루미노 오르투스’(Una Lumino Ortus). 시리즈를 내놨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LED 등으로 만든 이 작품은 벽에서 쇠 꽃이 활짝 피어난다.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동안(童顔)의 작가가 움직이는 작품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키네틱 아트를 왜 하냐면, 재미있고 좋아서 한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키네틱 아트를 시작했다. 키네틱 아트와 조각과의 차이라고 하면 움직임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대학 때 돌을 깎고 나무를 깎으면서 재미있게 지내다가 대학 3학년 때 과제로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면서 키네틱 아트의 매력에 빠졌다. 지금은 가만히 있는 걸 만드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가 움직이는 조각을 만드는 목적은 분명하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그 작품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무생물인 스테인리스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다는 욕망.

  조각을 움직이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기계적인 요소가 결합돼야 하기 때문에 단순치가 않다. 미술과 기계, 얼핏 멀게만 느껴지는 두 분야가 그에게는 자연스럽게 교집합이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계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고3때 제어계측과를 전공으로 선택할까 생각을 했을 만큼. 그러나 미술에 대한 소질이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던 탓에 미대에 진학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 두 분 모두 회화를 전공한 예술가여서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까닭이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은 늘 수를 맞았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모두 미술을 하라고 했고 아버지 친구들도 조각을 해보라고 권했다. 부모님 화실에서 찰흙을 만지면서 조각에 매료돼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게 할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발(始發)자동차를 만드신 분이다. 기계에 대한 관심과 미술에 대한 관심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전적 요소를 물려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미술과 기계적 요소의 결합. 결국 최우람이 키네틱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재능을 완벽하게 재조합해 꽃 피운 결과물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키네틱 아트는 한 사람의 능력으로 모두 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팀을 짜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함께 작업하는 배동혁, 박태윤씨가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을 거예요. 사흘 정도 나와서 일을 해주는 친구들도 2명이 있어요. 또 아내가 대외적인 업무와 내부 살림을 챙겨주고 있고요. 현재의 팀원들과 평생 같이 공동 작업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자는 게 저의 모토예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돈도 많이 든다. 재료비도 그렇지만 움직임을 이끄는 기계적 장치를 만드는데에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금형 틀을 만드는데 1000만원, 테스트를 하는데 1000만원, 이런 식이다. 지난해 영국 리버풀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의 경우에는 재료비와 개발비가 2억 원 정도 들었다.


  “리버풀비엔날레 작품을 구상한 동영상을 보고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폴란드의 컬렉터가 미리 구매의사를 밝혔고 작품이 팔렸다. 다행히도. 그러나 일본에서 전시했던 ‘우나 루미노’ 시리즈 작품은 크기가 너무 큰 탓인지 팔리지 않아서 작게 쪼개서 팔고 있다.”

 그가 큰 작품을 연달아 제작하게 된 동기가 있다. 그동안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을 사용했던 최 작가는 작업실의 규모가 작았던 탓에 작은 크기의 작품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단독주택을 구입해 작업실을 넓혔다. 1,2층을 트고 대문을 크게 만들어 대형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자 그동안 억눌렀던 대형 작품에 대한 욕망을 펼치기 시작했다. 재료비가 하도 많이 들어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을 다 써버렸을 정도다. 돈도 많이 들고 노력도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새로운 작품을 시도해보는 재미가 그 모든 어려움을 일순 녹여버린다.


  “돈이 생기면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100만원이 생기면 200만 원 짜리 작품을 만들고 200만원이 생기면 400만 원 짜리 작품을 만드는 식이다. 계속 빚지고 살지만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자꾸자꾸 하게 된다. 게다가 눈이 계속 높아지니까 더 정교하게 하려고 오두방정을 떤다.(웃음)”


  특히 그렇게 만든 작품이 팔려나가면 기쁘기 그지없다. 마치 자식을 출가 보낸 듯 항상 마음이 쓰이고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하다. 특히 움직이는 작품이다 보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래서 더욱 궁금증이 크다. 때 되면 기름도 쳐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작품을 구입해 간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최 작가가 맘 편히 작업을 할 수 있는 데는 아내 최영희(39)씨의 내조가 크다. 홍익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한 동갑내기 부인은 직장생활을 하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수백억 원의 매출을 냈을 만큼 잘나가던 직장인이었다. 그런 아내가 남편의 작업을 내조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직장생활로 번 돈으로 남편을 위한 작업실을 마련해주고 재료비를 흥정하고 외국 큐레이터에게 작품에 관한 설명도 한다.


 “나는 작업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아내가 다 해준다. 공간 감각이 떨어지는 나를 대신해 아내는 작품이 놓일 위치까지 결정해준다.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잘 못하는 나를 대신해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서 결정도 척척 한다. 게다가 영어까지 잘하니까 정말 아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체계적으로 작업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두산아트센터가 미국 뉴욕에 작업실과 아파트를 1년간 제공하는 ‘두산 레지던시 뉴욕’ 프로그램에도 아내와 함께 간다. 거주공간은 제공받지만 항공권과 체류비 등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가난하게 생활해야 하지만 아내와 함께 라는 게 든든하다.


  “그동안 줄곧 달려오기만 했다. 쉼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뉴욕에 가게 돼 기쁘다. 뉴욕에 가서 텅 비워오고 싶다.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가지만 나중 일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여행도 다니고 미술관, 박물관도 열심히 다닐 계획이다. 돌아올 때쯤에는 지금보다 더 현명해지고 재미있어져서 왔으면 좋겠다.”


  그동안 주위에서 받아온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달려왔던 시간들을 잠시 내려놓고, 삶의 쉼표를 찍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는 최우람. “이제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젊은 작가의 내년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김효원 객원기자(프리랜서, 본명 김영숙) eggroll@dreamwiz.com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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