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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스트/미디어 아트

기억, 장소, 그리고 정체성 - Shimon Attie

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지만, 기억은 남아있는 것.

 

시몬 아띠의 사진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과거와 현재의 공간,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라져간 사람들을 하나도 잘 묶을 수가 있었을까,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의 <Writing on the Wall> 프로젝트는 베를린의 중심부에 위치한 Scheunenviertel 라는 슬럼 마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Scheunenviertel 는 2차세계대전 이전 주로 동유럽으로부터 건너온 가난한 유대인들이 모여사는 곳이었습니다. 대학살 이후 그곳에서 유대인들은 한꺼번에 사라져버렸을테지요. 

시몬 아티는 2차세계대전 이전 찍힌 사진들을 동일한 장소에서 프로젝터로 영사함으로서 마치 20세기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유령이 되어 다시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히브류 서점으로 보이는 유령(?) 이미지를 보며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려고 하는 순간, 바뀐 건물 외벽과 그 앞에 주차된 현대식 자동차, 그리고 높이 솟은 탑 등은 순식간에 수십년의 시간을 빨리감기라도 한듯, 보는 사람들의 시간을 "현재"로 돌려놓고 맙니다. 

2차세계대전 이전, 전쟁, 사라진 사람들, 무너진 베를린 장벽, 그리고 지금.


이 아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아래 사진들은 2001년 로마에서 다시 진행된 <History of Another>의 일부입니다. 
역시 2차세계대전 이전의 로마 유대인들의 이미지들을 동일한 장소에 프로젝트 하였습니다.
로마 프로젝트와 베를린 프로젝트가 다른 점이 있다면, 로마에서는 '고대'라는 수천년 전 과거에서부터 '20세기' 그리고 지금 이 사진을 보고 있는 '21세기' 세 가지의 다른 시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묶었다는 점이네요. 멀리 보이는 아폴로 신당, 콜로세움 등등

짧은 기간동안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을 겪었던 격동의 나라이만큼,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다....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아! 과도한 개발로 인해 남아있는 건물들이 별로 없으므로 패스..........?? ㅡ.ㅡ;;
이러한 프로젝트는 역사적 유물이 잘 보존된 나라에서 가능한 것인가.........OTL 



이미지 출처 - Jack Shainman Gallery, New York
                      (http://www.jackshainman.com/dynamic/artist.asp?ArtistID=2